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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International

평화 말하지만 멈추지 않는 트럼프의 전쟁

 

 

▲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미국과 이란간의 종전 협상이 열렸다. (출처: 로이터)

 

이슬라마바드 협상 결렬

 

4월 7일 2주간 일시적인 휴전을 선포한 후 4월 11일 미국의 대표단과 이란의 대표단이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모여 협상을 시작했다. 21시간의 긴 협상은 '협상 결렬'이라는 결과를 남기고 끝났다. 미국 측은 이란이 미국의 조건을 거부했다고 발표했고, 이란은 한번에 합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협상과정에서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확약과 핵무기 포기 선언을 최우선 조건으로 요구했다. 반면 이란은 기존에 발표한 10개항에 담긴 요구였던 미국의 재공격 방지 보장과 공격으로 인한 피해 배상, 동결자산 해제와 제재 완화,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전이지만 멈추지 않은 전쟁

 

협상 당일 골프를 즐기고 가족과 함께 UFC 경기를 관람하며 여유를 보이던 트럼프는, 협상이 결렬되자 미해군에게 호르무즈 해협을 즉각 봉쇄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군은 "완전히 장전된" 상태임을 강조하며,  "적당한 순간에" 이란을 "끝장낼 낼 것"이라고 위협하며 군사적 공격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한발 더 나갔다. 임시 휴전이 선포되었음에도 레바논을 향한 공습을 이어갔던 이스라엘은, 협상이 진행중이던 4월 11일에도 레바논 남부 지역에 공습을 가해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발생한 연기가 2026년 4월 11일 레바논 남부 도시 나바티예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출처: 아바스 파키흐, AFP)

 

미국과 이스라엘이 감행한 이번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세계 경제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되었다. 이는 가장 취약한 국가와 취약한 계층에 가장 먼저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파국보다 더 비극적인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인명 피해다. 이번 전쟁으로 이란과 레바논에서는 수많은 목숨이 스러져 갔다. 2월 28일부터 4월 6일까지 이란에서는 3,000명이 사망하고 25,000명이 부상당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3월 2일부터 레바논에 가한 공격으로 지금까지 약 2,000명이 사망했으며 6,400명이 부상당했다.

 

이란의 저항

 

이란은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태세다. 4월 7일 2주간의 임시 휴전이 선포되었을 때 이란 민중들의 반응은 "희망적이긴 하지만 잘 지켜봐야 한다"였다. 미국이 과거에 앞에서는 휴전과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군사적 공격을 해왔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란 정부와 민중은 명확한 합의안이 도출되고 그 사항들이 실제로 이행되기 전까지는 미국의 그 어떤 제안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란의 요구는 명확하고 앞서 발표했던 10개항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이란의 첫 번째 핵심 요구는 미국으로부터 향후 어떠한 군사적 공격도 받지 않겠다는 확고한 '불가침 보장'이다. 여기에 더해 역내 미군 전투 병력 철수와 레바논의 ‘이슬람 저항’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란이 이토록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지난 수십 년간 서아시아에서 자행된 미국의 직·간접적인 군사 개입 역사에 기인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1953년 ‘아약스 작전’으로 이란에 개입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사데그 총리를 축출했다. 1958년에는 14,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한 ‘블루 배트 작전’으로 레바논에 개입했다. 2003년 이후 이라크, 그리고 2025년 이후 이란을 상대로 미국이 수행한 불법 전쟁은 계속되어왔다. 또한, 미국은 서아시아에 최소 20개의 군사 기지를 두고 있으며, 상당 규모의 상시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

 

이란은 이 요구를 유엔과 걸프협력회의(GCC)를 통해 제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핵심 사안에는 1953년 이후 이어진 이란에 대한 폭력적 개입이 종료될 것이라는 점을 유엔 및 관련 기구가 보장하는 것, 이스라엘이 즉각 휴전하고 레바논과의 ‘블루 라인’으로 병력을 철수하는 것, 그리고 GCC 국가들이 외국 군사기지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이 있다.

 

이란의 두 번째 핵심 요구는 전쟁으로 발생한 막대한 피해에 대한 공식적인 배상이다. 여기에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지속적 통제도 핵심 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서아시아에서 최소 두 차례(이라크와 이란) 불법 전쟁을 일으켰지만 양국에 대한 피해 보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는 1990년 침공 이후 이라크가 쿠웨이트에 배상금을 지급한 사례와 대비된다. 당시 유엔 보상위원회는 피해 규모를 산정하고, 석유 수익을 통해 총 524억 달러를 약 150만 명의 청구인에게 지급하도록 감독했다. 이 사례는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제기할 수 있는 배상 청구를 위해 유엔 차원의 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는 선례로 거론된다.

 

이란의 세 번째 핵심 요구는 자국을 옥죄어 온 전방위적 봉쇄의 해제다.  이란은 이를 위해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 모든 제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전면 종료,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결의 종료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그간 국제기구의 엄격한 사찰 보고서가 증명하듯, 자국은 결코 핵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또한, 2025년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기존의 민간 핵에너지 프로그램마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미국이 구축한 법적 제재 체계를 동원해 이란의 정상적인 상업 활동을 가로막고 자산을 동결해 국가 발전 계획을 방해해 온 ‘억압적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는 요구는 주권 국가로서의 정당한 권리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국제 사회로부터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란 정부의 단호한 외교적 요구 뒤에는 투쟁을 멈추지 않는 수백만 민중의 거대한 결기가 자리 잡고 있다. 4월 9일 미국의 이란 공격이 40일째 되는 날 수백만 이란 민중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한 하메네이 전 최고 지도자를 추모하기 위함이었다. 민중들은 추모와 동시에 민중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 하메네이를 추모하기 위해 거리에 모인 이란 민중들은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출처: 로이터)

 

트럼프에 맞서 평화를 만드는 연대의 힘

 

트럼프는 매일 막말을 쏟아낸다. 평화를 위한 철야 기도회를 열었던 교황 레오 14세를 향해 “범죄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에선 형편 없다”며 비난했다. 또한, 이란을 향해서는 “이란에 얼마 남아있지 않을 것들을 없애버릴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란의 핵무장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것처럼 말하는 트럼프는 사실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다. 자신이 적이라고 규정한 국가의 주권을 짓밟고 군사적 공격을 감행하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이에 맞서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지금도 투쟁하고 있는 민중들의 연대이다. 우리는 유가 폭등 때문만이 아닌 우리의 주권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트럼프에 맞서 평화를 만드는 연대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주권은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자주와 반식민주의 정신의 산물이다"

<제이나브 가세미 타리 테헤란대학교 미국학 부교수>

 


 

황정은 (또다른플랜 운영위원, 정의당 국제연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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